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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화 큰스님 서적/6. 정통선의 향훈

정통선의 향훈

 

 

 

                                                        오늘의 지혜



우리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난과 시련을 겪어 왔으나, 오늘날과 같이 위험하고 어지러운 시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따른 놀랄만한 물질적 번영을 자랑하고는 있으나, 그 반면에 전통적 가치관의 상실에서 오는 윤리도덕의 퇴폐와 인간의 소외 풍조와 그리고 빈부 격차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과 자연파괴와 환경의 오염이며, 국가 간의 분쟁 등이 세계 도처에서 요원(燎原)의 불과 같이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남북분단으로 말미암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양대 이데올로기가 치열하게 각축하는 최첨단에 있기 때문에 가치관의 혼란은 한결 심각하여, 근래에 와서는 학원가를 중심한 사회 일각에서 반체제의 거센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니, 우리 모두 깊은 우려와 불안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역사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여 저마다 절규하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비롯하여, 이들을 절충한 사회민주주의와, 네오 마르크스주의(Neo-Maxism), 유로 코뮤니즘(Euro Communism), 그리고 해방신학(解放神學) 등의 착잡한 이데올로기(Ideologie)들이 서로 견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 등은 그 모두가 일체만유의 근원은 오직 물질이며, 따라서 보다 많은 물질의 생산과 분배의 균등만 달성하면 인류의 이상향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유물주의자들의 독단적인 편견으로서, 그것은 그네들의 뒤바뀐 천박한 가치관에서 오는 환상일 뿐, 인간사회의 병폐는 보다 근원적인 인간스스로의 번뇌에 그 본원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성과 우주만유의 본질은 단순한 물질이나 허무한 공(空)이 아니며, 일찍이 수많은 성현들이 소상히 밝히신 바 일체공덕을 원만히 갖춘 진여법성(眞如法性) 곧 불성(佛性 : 신성(神性) 또는 태극(太極)으로도 표현함)으로서 이를 인격적으로 신앙하면 부처님이요 하나님이니, 그러기에 일체만유는 생명의 광명인 불성으로 이루어진 장엄한 대만다라(大曼茶羅)의 세계인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무지무명(無智無明)에 가리어 일여평등(一如平等)한 불성을 외면하고, 다만 전변무상(轉變無常)한 현상만을 실상(實相)으로 착각하고 이를 집착할 때, 너와 나의 한계가 생기고, 나의 소유라는 집요한 탐착(貪着)이 싹트는 것이며, 그래서 욕구불만에서 오는 분노가 치밀게 되는 것이니, 그리하여 온 누리는 탐, 진, 치(貪, 瞋, 痴)삼독(三毒)의 탁류가 넘실거리는 화택고해(火宅苦海)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본래 청정한 불성을 오염하고 있는 어리석은 사견(邪見)을 여의고, 탐욕과 분노를 절제하는 도덕적 실천이 없이는 인간사외의 뿌리 깊은 고질적 병폐를 치유할 길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나라 정권을 담당한 인사(人士)들은 모름지기 투철한 인도주의(人道主義)에 입각한 민족의 전통성을 계승한다는 확고한 사명의식을 견지하고 청렴결백한 구도자적 자세로써, 보편적인 진리의 조명 아래, 보다 폭넓게 국민의 기본인권을 확대하고 기업인들을 설득 독려하여, 산업소득의 균등한 분배를 비롯한 제반 복지정책의 확충을 위하여, 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만, 이미 의식화된 노동계층과 과격한 학생들의 볼멘 목소리와 물불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폭력을 막을 수 가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운동권의 과격 학생들도 그대들의 지식과 경험이 아직 절대적이 아닌 미숙한 학도임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그대들이 정작이 땅에다 이북과 동일한 공산정권의 수립을 획책한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는다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정치는 미흡하더라도 기성의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민족의 피땀으로 이룩된 신성한 상아탑에 들어박혀, 소신껏 학문과 인격의 수련에 정진하여 민족의 장래를 걸머질 채비를 갖추는 것이, 그대들 스스로를 위해서나 사랑하는 부보형제를 위해서나, 다난(多難)한 우리 조국의 전정(前程)을 위하여 가장 현명하고 애국적인 행동임을 사뭇 뼈저리게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딴은, 막스주의의 이론체계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분석하고 척결하는데 이로(理路) 정연하여, 단순 결백한 젊은이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물변증법에 입각한 편견에 지나지 않음은, 그 구체적인 실험장인 공산사회의 숨 막히는 통제현상과 인권유린에서 이를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현명한 지성(知性)들에게는 이미 낡아버린 탐탁찮은 교조주의에 불과한데,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슬기로운 비판 없이 막스주의의 혁명이론을 금과옥조로 신봉하여 학도의 본분을 어기며, 두 번 다시없는 생명의 황금시절을 불사르는 만용은 결코 영웅적인 행동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대들의 부모를 비롯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아예 용납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야당의 입장에서 정치하는 이들도 자고로 유능승강(柔能勝强)이라 하여, 유연한 행위가 도리어 거센 것을 이긴다고 하였으니, 애써 화안애어(和顔愛語), 곧 부드러운 표정과 은근한 말씨로 사심 없이 정적(政敵)을 상대해야만 보다 효과적인 설득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은 인간 심리의 공통된 기미(機微)일 것이며, 비록 반체제의 과격한 목소리들이 자기편에 유리하게 여겨지는 경우일지라도 그네들을 두둔하여 영웅시하고 자극하는 언동은 사려 깊은 지도자가 취할 바  대인(大人)의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욕속(欲速)이면 부달(不達)이라 하였으니 너무 성급하게 정권탈취를 서둘지 않더라도 의연한 자세로 진지하고 겸허하게 오직 이웃만을 위한 선구적인 역할을 다 한다면 인심과 천심(天心)이 감동하여 인과필연으로 보다 확실하게 숙원(宿願)하는 목적을 이룰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마경불국품(維摩經佛國品)에 이르기를 "만약 보살이 진정한 이상국토를 이룩하고자 하면 마땅히 자기 마음을 정화할지니, 마음이 정화됨에 따라 국토도 정화 되느니라" 하였듯이, 우리 인간은 남을 지도하고 사회를 정화하며 인류를 구제한다고 자부하고 훤전(喧傳) 하기에 앞서, 자기 스스로를 보다 궁극적이며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장엄하고, 인연에 따른 각기 처지에서 최선의 도덕적 생활을 영위한다면, 요란한 사회는 저절로 잔잔한 평화의 복지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 우리는 허심탄회하게, 참된 삶의 목적은 대체로 무엇이며, 짓궂은 인생고(苦)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인생고를 소멸하는 방법 또한 무엇인가를 성실하게 추구할 때, 유구한 인류역사를 통하여 인생을 가장 바르게 살며, 철두철미하게 이웃만을 위하여 생명의 존엄을 변증(辨證)한 수많은 철인들과 성현들의 가르침을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석존(釋尊)의 가르침은 가장 철저하게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확연히 밝혔으며, 이러한 최상의 진리가 1,600여 년 동안이나 우리 민족사회에 불멸의 등불이 되어 왔음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80%가 넘는 귀중한 불교문화재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지도자들이나 지성들은 화려한 과학문명의 의상으로 치장한 서구사상에 도취한 나머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민족의 뿌리요 숭고한 한배의 얼이 담긴 불교문화를 송두리째 내던지고, 어쭙잖은 서구문화의 기와조각을 주워 모아 오늘날의 혼란한 사회상을 스스로 불러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자유진영의 관능적(官能的) 유물주의나, 공산세계의 기계적 유물주의에서 발생한 인간사회의 누적된 병폐를 벗어나서, 민족과 인류가 살아남을 오직 하나의 길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가장 바르고 지혜 있는 이들의 예지와 경책을 따르는 도리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분들의 가르침을 따라 인생의 실상을 바로 볼 때, 우주만유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생명체인 진여실상(眞如實相)이니, 너와 나의 대립이 사라져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사랑이 절로 우러나지 않을 수 없으며, 일체 물질현상은 한결같이 허망 무상한 몽환포영(夢幻泡影)과 같은 연기(緣起)의 가상(假象)에 지나지 않으니, 분수없이 집착하여 탐람하고 분노할 까닭이 없습니다.


위에서 밝혀온 바,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험악한 혼란과 분쟁은 그 모두가 신뢰하고 의지할 보편적인 가치관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니, 인생과 우주만유의 가장 궁극적이고 보편적 생명인 불성(佛性)을 등불로 삼고, 불성의 원리인 진리를 등불로 삼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조국과 지구촌(地球村)을 뒤덮은 암울하고 험악한 전운(戰雲)은 말끔히 걷히고 평화로운 정토(淨土)의 청명(淸明)한 여명이 찬란하게 밝아올 것 입니다.


이러한, 중도실상(中道實相)의 반야(般若)지혜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최상의 바른 지혜요, 내일의 행복을 기약하는 밝은 지혜며, 영원히 변치 않는 진여연기(眞如緣起)의 반야바라밀입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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