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대인(大人)
본연스님
2013. 10. 13. 07:16
절집에 회자(膾炙)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6.25 동난(動亂)때 스승과 제자가 부산으로 피란 갔는데, 제자는 리어카 끌고 스승은 뒤에서 밀며 단칸방에서 고물장사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승은 색시를 좋아하여 낮에는 리어카 밀고 저녁에는 색시하고 잠을 자고 제자는 저녁에 정진한다고 늦게까지 벽보고 허리 피고 앉자 있고 단칸방에서 스승은 여자하고 잠자고 제자는 면벽정진하며 지네면서도 스승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니
이런 사실을 안 도반스님이
‘스님께서는 어떻게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삽니까?’
하니 제자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은사스님이 지은 과보는 은사스님이 받는 것인데 내가 왜 참견합니까?’’
하고 대답하여 놀랐다고 합니다.
저도 마음에 시비(是非)가 일어나면 이 분들을 생각합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대인의 마음, 허공 같은 마음, 스승이나 제자나 대단한 분들 아닙니까? 옛 글에 수행자는 마음을 담벼락 같이하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수행자는 마음을 땅과 같이하라고 일러주십니다. 우리가 땅에다 온갖 짓거리를 해도 땅이 원망하지 않듯이 일체의 시비에 끄달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 생각 돌이켜보면 사바세계, 속가나 승가나 결국 밥그릇 싸움이고 밥그릇 가지고 시비하는 것입니다. 승찬대사의 신심명(信心銘)에서도 도(道)는 어렵지 않으나 다만 사람들이 시비할 뿐이다 시비만 놓으면 도를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마음, 그 동안의 시비(是非)를 비추어 참회합니다.
나무아미타불
* 으름